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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고 모으자/경제 생활

놀라운 광고 알고리즘 (feat. 캐리어)

by 애_옹 2025. 3. 29.

브라이튼도 진짜 많이 뜸

 

여행 다녀오고 나서 내 캐리어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자주 끌고 다닌 캐리어가 그래도 24인치는 되는 줄 알았는데 20인치였다. 비행 시간 10시간 넘는 먼 나라로, 겨울에, 일주일 가까이 20인치 캐리어와 메는 가방 하나로 버틴 나 자신이 대견해지려고 한다. 

 

내가 산 건 아마도 소재가 ABS거나 폴리카보네이트(PC)와 ABS 혼합이라고 하지만 사실 ABS 함량이 높은 그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폴리카보네이트 100%와 알루미늄 캐리어를 찾아봤다. 알루미늄은 튼튼하고 좋은 소재이지만 그만큼 비싸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비행기에 쓰일 만큼 강력한 소재라고 홍보하는 폴리카보네이트가 '대세' 소재인 것 같았다. 강화유리보다 150배 강하다는 광고 문구를 너무 봐서 이제 외울 지경.

 

가지고 있는 캐리어 중 가장 큰 게 20인치이다 보니 그 다음 크기로 제일 많이 쓰는 24인치나 그보다 조금 더 큰 26인치 캐리어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올해 출국이 몇 번 더 있기 때문이다. 개인 짐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언제나 과자 같은 기념품을 사오느라 짐을 쌀 때 고생을 했기 때문에, '거거익선'의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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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는 쇼핑 사이트에서 캐리어를 몇 페이지씩 봤더니 이제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캐리어 광고가 뜬다. 그걸 눌러서 새롭게 알게 된 캐리어 브랜드도 있고, 아니면 이미 내가 숱하게 봤던 캐리어 광고도 있다. 근데 '우리는 연예인 모델 안 써지만 품질로 여기까지 컸다'라고 주장하는 게 캐리어 브랜드의 유행인가 보다. 그런 곳만 벌써 몇 개나 봤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품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선택이 늘 어려운 이유는 '완벽'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인 듯하다. 핵심 소재가 좋으면 무겁고 비싸고, 원하는 기능이 거의 다 갖춰져 있으면 디자인이나 색이 아쉽고, 합리적인 스펙과 가격대를 찾았지만 A/S 보장이 약하고 이런 식이다.

 

겨우 두 개 골랐고, 아마 더 저렴하고 가볍지만 용량은 큰 모델을 사겠지만 남은 하나도 미련을 못 버릴 것 같다. 흔치 않은 색이라서 완전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누른 것이 내가 보는 인터넷 창을 만든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진심 맨날 캐리어 광고만 뜨니까 그놈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다시 한번 똑똑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