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하는 생각이다. 챌린지 도전에 몇 번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했던 건 계속하고 안 해 봤던 것도 같이 하느라 한 번에 도전하는(보통 기간은 2주다. 한 달에 한 번만 해도 되는 것도 한두 개 있다) 챌린지 수가 30개를 넘겼다. 당연히 만만치 않으리라는 걸 알았으나, 시작하기 전에는 장밋빛 미래만 그렸기 때문에 미래의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곤해질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하는 것 중에서 고난도인 것들을 몇 개 추리면 1) 영상 보고 홈트레이닝 하기 2) 매일 하늘 한 번 보기 3) 아침 먹기 4) 아침 기상 등이다. 어제는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매일 하늘 한 번 보기를 놓쳐 100% 달성을 못 하게 됐다. 보통 시간 제한이 있는 챌린지는 알람이 뜨는데 어제는 그 알람도 이미 시간 지난 후에 떠서 꼼짝없이 놓쳐버렸다. 물론 나는 챌린저스 초보자가 아니기에 쉬운 것, 빈도가 뜸한 것을 섞어가며 나름 전략적으로 한 주/2주의 챌린지를 꾸렸으나 그것도 물리적인 양이 너무 늘어나버리니 커버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왜 나는 마치 드래곤볼을 모으듯 챌린지를 차곡차곡 모아갔을까? 우선은 내가 매우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잡생각은 많고 몸은 잘 안 움직이는 인간이기에 사소한 것이라도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이제 귀찮은 챌린지라는 생각이 그나마 덜 드는 것들도 생겨났다. 네이버 영어회화 관련된 챌린지는 세트로 묶어서 하는 중. 닭가슴살 먹기, 두유 마시기, 영양제 먹기도 습관이 됐다.
두 번째는 '위험 회피 성향'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걸 지키는 데서 오는 원초적인 성취감과 짜릿함이 있지만, 아마도 그걸 앞서는 게 '참가비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감각일 것이다. 참가비는 1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참가비가 높을수록 100% 달성 시 상금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나는 손쉽게 20만 원씩 긁기 시작했다. 당연히 100%, 아니면 원래 낸 참가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 85%는 지킬 거라는 의지가 반영된 거였다.
세 번째는 '배지'와 '충전도' 때문이다. 챌린저스는 챌린지마다 성격을 분류해서 배지를 주고, 일정 횟수와 달성률을 기록하면 배지를 준다. '충전도'는 챌린지 성공할 때마다 주는 경험치가 쌓여 올라간다. 처음엔 10%로 시작했고 지금은 60%가 되었다. '프로다이어터' 배지를 얻으려면 '매일 체중 재기', '식단 일기 쓰기', '7시 전 저녁 먹기' 3가지를 85% 이상 성공하면 된다. 그래서 굳이 내게 필요하지 않거나 그다지 의미 없는 챌린지도 하게 된다. 게임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사람들의 동기를 더 강하게 만든 셈이다.
그래서 요새는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체중을 재고 아침 계획을 적고 감사일기를 쓰며 집밥 먹을 때나 닭가슴살 먹을 때 사진을 찍고 하늘과 동식물 사진도 찍고 책읽고 영어회화 녹음도 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영어 기사 필사 챌린지도 이번 주부터 도전했는데 엄두가 안 나서 아직 시작을 못 했다. 벌써 목요일이라 오늘은 꼭 하고 자야 한다.
여유롭게 챌린지를 하려면 10개 미만이 좋고, 조금 더 잘 짜인 질서 안에 자기를 두고 싶다면 20개 전후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30개 넘어가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질 수 있다. 지갑은 왜 힘들어지냐면, 달성률이 떨어질수록 상금도 못 받고 참가비도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만큼 얻어간다'는 것은 공평하면서도 때로 냉정한 부분이 있다.
아직 해야 할 챌린지 인증 사진 21개가 남은 자가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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