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인 사람 앞에서 뚝딱이는 ISFP의 비애
INFP, ISTP도 다 나와봤는데 여튼 지금의 나와 가장 잘 맞는 건 ISFP인 것 같으니 가정하고 쓰면 저기 쓰인 설명 대부분이 맞다. 낯선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유난히 뚝딱인다는 것. 학창 시절, 대학 시절까지도 그랬고 사회 초년생일 때도 그랬다. 그럼 지금은? 여전히 뚝딱이인 건 마찬가지지만 겉으로는 뚝딱대지 않으려고 매우 애를 쓰거나 태연한 척한다.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지, 싶을 정도로 뚝딱거림'이라는 말이 나를 찌르는군. 나는 타고난 I라고 생각하는데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내가 활달하고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건 어색한 사이에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뇌가 비상 신호를 보내 쉴 새 없이 입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만난 거래처 사람하고 얘기하다가 여름 휴가 계획까지 말했다. 물론 나도 그분 부모님이 여행 어디 다녀왔는지도 들었으니 이 정도면 빚진 건 아니겠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뚝딱이는 것도 그렇다. 두뇌 풀가동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호감을 잃지 않을까, 비호감을 사지 않을까 하고. 연애 시작 전에 썸 탈 때도 그랬고, 짝사랑하면서 가까워지려고 애쓸 때도 그랬다. 하지만 별 감정 없는 사람에게는 스스럼없이 대해서 오히려 그 사람이랑 더 친해지는 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놀리면 반응 귀여움'. 귀엽다는 건 아주 긍정적인 표현이고, 내가 놀리면 그거에 일일이 대꾸하는 스타일이라 첫 직장 선배들이 자주 놀렸다. 화르르~ 하고 발끈하면서 아닌데요~ 그런 거 아닌데요 이렇게 해서. 그냥 아 장난 치시나 보다 네 ㅎㅎ 그렇죠 뭐 ㅎㅎ 이랬으면 별 재미없었을 텐데 반응이 확확 오니까 재밌지 않았을까 하고 뒤늦게 돌아본다.
요새 진짜 MBTI 과몰입자가 되어서 ISFP 관련 글이랑 영상을 엄청 보는 것 같다. 전성기적 유행은 솔직히 이미 지난 것 같은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한바탕 쓸고 나서야 찾아보는 것마저 너무나 잇프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