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휴대폰을 하루에 5시간만 씁니까
디지털 디톡스 배지를 하나 얻어보겠다고 시작한 '휴대폰 5시간 이하 쓰기'. 2주 동안 매일 하는 챌린지다. 5:00:00까지만 인정되고 단 1초라도 넘어가면 탈락이다. 나는 안드로이드 체제라서 '디지털 웰빙'으로 사용 시간과 앱을 확인한다.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이제 6일째.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이동할 때 자연스레 켜는 음악 앱도 조심스러워진다. 그것도 다 시간으로 책정이 되니까. 책을 읽을 때도, 무언가를 쓸 때도 음악을 들었던 시절은 적어도 2주 동안은 안녕이다. 챌린저스, 말해보카, 각종 은행 앱, 네이버 영어회화 사전 앱, 주식 앱, 당근마켓 등 노트북과 호환 안 되는 것들은 다 이거로 폰으로 해야 하는데 그 최소 시간만 합쳐도 1시간 반은 넘는다.
특히 말해보카는 듣고 따라하기와 단어 외우기를 하면서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 넘게도 쓰는데 그럼 이미 1/6은 없는 셈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빠듯할 때는 단어만 적고 그 문장을 읽는 건 생략했다. 네이버 영어회화도 PC로 퀴즈를 풀었다.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노트북으로 하려고 한다.
유튜브 파도타기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책상에 노트북을 펴고 그거로 봐야 한다. 당근마켓 매물 살피는 것도 10분 안에 끝내려고 한다. 소셜미디어 눈팅, 뭐 살 거 없나 하고 쇼핑 앱 둘러보기 이런 건 사치다. 인스타에 팔이피플들이 많아서 그동안 궁금하면 곧잘 누르곤 했는데 요새는 되도록 다 쳐내려고 한다.
지금까지 했던 챌린지가 내가 낭비하는 시간을 나누어 다른 곳에 쓰게 하는 거였다면, '휴대폰 적게 쓰기'는 뭐랄까 자유를 앗아간 느낌이다. 가장 적게 썼던 날은 4시간 안쪽이었으나, 요며칠 방심해서 거의 2분, 3분 남기고 완료했다. 그래서 매일 0시가 될 때를 기다린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 챌린지를 하면서 늘어난 건 불안과 초조함. 깨달은 바도 있다.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구나, 하는 것. 누군가 함께있을 때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친한 사이든, 친하지 않은 사이든 얼굴 보자고 만났는데도 휴대폰에 고개 처박고 있는 시간이 꽤 되니까. 그건 확실히 나아졌다.
제한 시간이 있어도 휴대폰으로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나름의 수확이다. 그러나 그 장점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답답한 게 솔찍헌 심정… 휴가철이라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걸 굳이 다시 할 생각을 당분간은 못할 것 같다. 챌린지 마지막 날 자유를 선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