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인쇼 사이즈 : 언제부터 55가 L(라지)?
오랜만에 인터넷 쇼핑몰을 보다가 사이즈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예전에도 인터넷 쇼핑몰이 내세우는 사이즈에 의문이 갈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예 빼도박도 못하게 이상해졌다. 보통 S, M, L, XL, XXL나 44, 55, 66, 77, 88 이런 식으로 사이즈를 표기하는데, 인쇼 주장은 M이 44고 L이 55란다. M이랑 L이 그냥 아무 뜻 없는 알파벳 나열이 아니라 'Medium'과 'Large'의 약자라는 걸 알긴 하는 걸까? 그럼 55 사이즈가 '크다'는 거고, 44 사이즈가 '보통'이나 '중간'이라는 건데 뭔 생각인가 싶다.
애초에 시작점을 웃기게 잡아놓으니까 66이 XL가 되고 77이 XXL이 되는 매직. 실제로 사람들이 날씬해진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찬양받는 '날씬'하거나 '마른' 몸이 아닌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숫자와 사이즈 표기가 주는 거대한 영향력을 안다면, 이렇게 아무렇게나 사이즈를 지정했을 리 없다.
아니 아주 의도적으로 신호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작고 마른 몸이 아니니 'L'이나 'XL'쯤은 받아들이라는. 그런 식으로 (주로 여성) 고객의 자존감을 깎아먹고 굴욕감을 심어준다.
그냥 살기에 적당한 몸인 사람들은 공식화된 사이즈로부터 거부당하는 불쾌한, 또는 수치스러운 경험을 한다. '극마름'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적극 편승하는 인터넷 쇼핑몰 덕에 추가 금액을 내지 않아도 됐던 많은 소비자가 'L'이나 'XL', 'XXL'라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내고 옷을 산다.
나라 꼴 잘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