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귀찮지만 기어코 일어나야 할 때 내가 쓰는 방법
나는 정말 귀찮음이 심한 사람이다. 막상 나가면 잘 놀지만 나가기 전 씻고 준비하는 과정을 못 견디게 귀찮아하기 때문에 누워 있으면서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업무 특성과 최근 코로나 상황 등이 겹쳐 재택근무를 더 자주 하게 되고 나서는 '내 안의 원초적인 귀찮음'과 '그럼에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화해시키고 조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당연히 프로 직장인이기 때문에 펑크를 내거나 태만하게 굴면 안 되므로, '셀프 엉덩이 걷어차기'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항상 생각하며 효과가 좋은 것은 자주 써 먹어 보려고 노력한다.
1. 일단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이게 뭔가 싶겠지만 너무 기본적인 거다. 누워 있든 앉아 있든 잠깐만이라도 일어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 조금 더 단계를 넘어가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게 있다. 대단한 걸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허리를 숙여서 손을 발목에 갖다대는 정도만 해도 뻣뻣했던 몸이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약간 정신도 든다.
2. 신체에 물 묻히기
이건 챌린저스 기상 미션으로 꾸준히 하게 된 건데, 일단 물을 묻히면 졸음이 좀 더 빨리 달아난다. 흐르는 물에 한 손을 적시는 거다. 아예 두 손을 적셔서 손을 씻든가, 아니면 고양이 세수하듯이 눈가에 조금이라도 물을 묻히면 된다. 발에 물을 뿌리는 것도 정신 들기에 제격이다.
3. 물 마시기
바로 정수기에서 뽑거나 냉장고에 보관한 찬물을 마셔도 속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걸 마셔라. 반 잔을 마시든 한 잔을 마시든 상관없다. 어차피 자느라 목마른 상태가 오래 지속됐을 테니 탈수 현상에 대응하는 차원으로만 봐도 괜찮다. 나는 빈속에 너무 찬물을 먹는 건 좀 부담스러워서 상온에 둔 물을 조금 마시는 편이다.
4. 창문 열기
아직 날씨가 완전히 풀리진 않았지만 확실히 입춘이 지나고 나니 창문을 열어 잠깐 정도는 쌀쌀한 바람을 맞아도 되겠다 싶은 정도가 됐다. 찬바람을 맞으면 정신이 들고, 그럼 현실 파악에 도움이 된다. 이제 더는 이불 속에서 뒹굴 수 없는 시간이라고, 일을 시작하든가(재택일 경우)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고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다. 환기도 되고, 햇볕도 쐬는 거라서 나는 창문 열기를 꽤 좋아한다.
5. 방에서 나오기
원룸에 살면 별 효과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방금 전까지 '잤던 장소'를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이불도 있고 푹신한 매트리스도 있는 침대에서는 그저 눕고 싶어질 뿐이다. 따뜻한 전기장판을 깔아 놓은 바닥이라고 해도 답은 똑같다. 그러니 밖으로 나와 일할 수 있는 다른 장소(방이든 거실이든)로 가자. 나는 거실 식탁에 앉으면 방에 있을 때보다 온도도 낮고 뭔가 자세가 정돈돼서 괜찮은 것 같다.
위에 쓴 것들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거고, 가장 좋은 건 그냥 밖으로 나가는 거다. 출근을 해야 하면 회사로 가면 되지만, 재택을 병행하는 경우에는 카페나 공유 오피스 등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곳으로 가면 좋다. 카페에 가서 갑자기 엎드려 잘 수는 없으니까.